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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격호, 후견인 지정해달라"..이현곤 변호사, 롯데사태 해결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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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32회 작성일 202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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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은영 기자]지난해 12월18일. 신격호(94) 롯데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9) 씨는 “오빠가 정상적인 의사 결정이 힘든 상황”이라며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을 법원에 냈다.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이 형제간 진흙탕 싸움을 반복한지 약 5개월 만이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업무방해·명예 훼손·해임절차 등을 문제 삼아 서로 맞고소한 상태다. 일본과 한국에서 10건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그 중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의사 결정 능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향후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어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열쇠를 쥔 사람이 바로 이현곤 새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다. 그는 성년후견신청을 낸 신정숙 씨를 대리해 이번 재판에 참여한다. 이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서 담당 변호사가 별도의 언급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번 재판에 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성년후견은 질병·장애·고령 등을 이유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힘들 때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선임해 재산관리 등을 도와주는 제도다. 2013년 7월 민법이 개정되며 기존 ‘한정치산ㆍ금치산 제도’를 대신해 도입됐다. 시행된 지 3년이 채 안 된 만큼 아직은 낯설다. 제대로 정착되기까지 풀어야할 과제도 산적했다.

이 변호사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아는 바가 없고 알아야할 필요도 못 느낀다”며 “성년후견인제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후견인이 되느냐가 아닌 후견을 받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한정치산ㆍ금치산제가 후견 받는 사람의 법적인 능력을 제한하는 의미가 강했다면 성년후견인제는 신상보호나 재산관리 등 부족한 능력을 후견인을 통해 보충한다는 측면이 다르다. 후견인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피후견인의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후견인은 매년 자신이 후견하는 사람의 재산목록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하고 사무처리 능력을 보고해야 한다. 가족간의 불화와 불필요한 논쟁을 막고 법의 보호 아래 피후견인의 재산 등이 투명하게 관리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 변호사는 “롯데 사태 등으로 인해 후견제도가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했다. 오히려 치매 독거노인 혹은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고아 등 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 또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조카가 있어 성년후견제에 더한 관심을 갖게 됐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 지정 여부를 가리는 법원의 첫 심리는 다음달 3일 진행된다. 서울가정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과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넷째 여동생 신정숙 씨,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법원은 후견이 필요한 사안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런 다음 후견의 범위를 지정하며 후견인을 누구로 지정할지 판단한다. 신청서에서 신정숙 씨는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스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신동빈 형제,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모두 5명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후견인 지정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사안으로 신청자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 여느 재판과 마찬가지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본인 스스로를 포함해 4촌 이내의 친족이라면 누구나 항고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성년후견제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가족 간의 불화가 잦아든다는 점을 들었다.

“지금까지 후견사건 여러 건을 맡았는데 공통점이 있다. 후견인 선임 이전까진 많았던 다툼이 재판 이후에는 대부분 정리가 됐다. 조용해졌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직접 펴낸 ‘성년후견제도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책을 펼쳤다. 이 책 도입부에는 영국의 록그룹 ‘더 홀리스’의 ‘히 에인트 헤비, 히스 마이 브라더(He Ain’t Heavy, He‘s My Brother)’ 가사가 적혀 있다. 그는 이 노래만큼 성년후견제를 잘 표현하는 것이 없다고 했다.

‘길은 멀고 많은 굴곡이 있습니다 / 끝이 어디인지, 언제일지 그 누군가만이 아는 그곳으로 우릴 데려가요 / 하지만 나는 그 길을 그와 함께 갈 만큼 충분히 강해요 / 그는 짐이 아니라 내 형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