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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계곡살인’ 유족 대리인 이현곤 변호사 “고인 넋 위로되기를” [법조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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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49회 작성일 202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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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법적 부부라는 관계를 이용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평 계곡살인 사건’은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가사사건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현곤(53·사법연수원 29기)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 피해자 윤모씨 유족을 대리했다. 살인사건으로 가해자들이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피해자 측 대리인이 선임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윤씨를 물에 빠뜨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예견 가능성이 있는데도 물에 뛰어들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은해 씨, 공범 조현수 씨가 물에 빠진 윤씨를 숨지도록 방치한 ‘부작위’ 문제가 아니라, 계곡물에 뛰어들게 해 숨지도록 한 ‘작위’로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변호사는 윤씨 유족들이 이씨를 상대로 낸 혼인무효 소송, 이씨 딸을 상대로 낸 입양무효 소송과 검찰이 이씨 등을 기소한 형사사건에서 유족들의 대리를 맡고 있다. 이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맡게 된 건 윤씨 유족들이 윤씨의 혼인무효와 입양무효 소송을 도울 전문가를 찾으면서부터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통해 유족 측과 처음 연락을 나눈 후, 검찰이 이씨를 체포해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혼인무효·입양무효 소송 준비가 시작됐다. 이후 형사사건에서도 유족들의 대리를 맡게 됐다. 이 변호사는 가정법원 판사 출신이다.

이 변호사는 “유족의 입장에서 보면 이씨가 고인을 살해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과 혼인관계가 엮여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고, 입양신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2019년 사건 발생 당시 윤씨는 이씨와 혼인관계였고, 이씨 딸은 입양신고가 돼 있었다. 이 변호사는 “고인이 사망했지만 유족은 이승에서의 그런 ‘끈’을 정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를 상대로 한 혼인무효 사건은 인천가정법원에, 이씨 딸을 피고 당사자로 한 입양무효 사건은 수원가정법원에 각각 계류 중이다. 이와 별도로 검찰도 입양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오는 27일 예정된 이씨와 조씨의 형사사건 1심 선고가 가사사건 심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 내다봤다. 무조건 결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씨에게 살인죄가 인정되면 실질적인 혼인관계와 입양관계를 판단할 재판부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형사사건 재판에서 이씨가 ‘처음부터 부부로 살 생각이 없었다’는 의외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며 “이건 혼인무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또 “고인이 실제로 이씨 딸을 키운 적이 없기 때문에 입양의 실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고인이 정말 힘들게 살다가 억울하게 사망한 사건이기 때문에 넋을 위로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을 맡은 이유이자, 대리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을 재판부에서 잘 유념해줬으면 한다”며 “고인과 남아 있는 유족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이 발생한 가평 계곡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현장을 확인하고 오니 석연치 않다, 뭔가 밝혀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고 했다.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지던 당시엔 ‘부작위에 의한 살인’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5월 이씨 등이 윤씨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으로 혐의를 구성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검찰 측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하지 않고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물으며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로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염두에 두고 기록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에 검토를 요청한 것 아닌가 한다”고 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직접적인 행위가 없다는 점에서 별도의 요건이 추가돼야 하고 그로 인해 법원이 인정한 사례도 드물다. 형량도 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낮다.

27일 예정된 형사사건 선고에서 재판부는 당초 검찰의 기소대로 이씨와 조씨에게 직접적인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도 있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도 있다. 아예 살인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판결이든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판결을 통해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는 심리지배 관련 새 법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남의 의사를 조정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종류의 범죄는 그동안에도 있어 왔다”며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왜 그럴까’ 싶게 심리지배를 당하는 경우들을 보게 되는데, 이런 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흔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곤 변호사는 ▷대구 능인고 ▷경북대 유전공학 ▷고려대 법대 ▷사법연수원 29기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 ▷부산지법 판사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서울가정법원 판사 ▷새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단법인 두리 이사장